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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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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멘토멘티 활동 2024 

    멘토멘티 활동은 선배와 친해지면서 학교, 학과 생활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행사입니다. 2024 학생회 집행부 인원이 멘토, 활동을 원하는 신입생이 멘티가 되어 활동하였습니다. 멘토멘티 활동은 원활하게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생네컷 미션 등 선배, 더 나아가 학교와도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한 만큼 모두에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쌓아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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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귀연 선생님의《이 책은 신유물론이다》출간 안내 

    심귀연 선생님의 신간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가 날 출판사에서 2024년 4월 20일 출간됐습니다.출판사 서평사물도 살아 있다이 책은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 등 대표적인 신유물론자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신유물론이 무엇인지 쉽게 안내하는 입문서다.신유물론은 ‘물질’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는 철학이다. 구유물론에서는 인간 말고는 다 ‘물질’이었다. 여기서 물질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죽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이다. 인간 세계에서는 여성이고 말이다.신유물론은 이렇게 물질로 폄하되었던 것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물질들 안에서 능동성과 생기, 활력 등을 찾아낸다. 모든 물질은 스스로를 변화해 갈 힘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의 이상기후 현상은 자연이, 지구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목소리라는 것이다.이런 시각이 신유물론이 페미니즘과 밀접한 이유이다. 페미니즘은 오랫동안 자연, 물질,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다. 페미니즘은 여성 문제만이 아니라 배제되어 왔던 다른 한 축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인 동시에, 주체라고 여기던 것들이 환상임을 일깨워 주었다. 즉 페미니즘은 배제되었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 점에서 신유물론을 페미니즘이 확장된 결과로 보기도 한다.공멸이 아닌 공생을 위하여신유물론 관점에 따르면,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것이 이분법이다. 그동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지구에서 군림해 왔다. 세상을 인간과 인간 이외의 것들로 이분화하고 맨 위 자리를 고수했다. 기존에 폄하했던 물질이 인간처럼 생기를 갖고 있다면, 이제 인간과 물질은 대등해졌다. 이분법을 해체해야 하는 것이다.신유물론은 이분법 해체 후 인간은 물질로서 다른 물질과 동등한 관계를 맺으며 얽히고설켜 살아가라고 한다. 그것이 공멸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질과 물질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려면 이분법만큼 꼭 깨져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오랜 시간 서양 철학을 지탱해 온 ‘실체’라는 개념이다. 실체란 무엇인가. 변하지 않고 홀로 존재하는 무엇이다. 변하지 않겠다면, 다른 것과 관계를 맺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가. 신유물론자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단 한번도 같은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유물론은 실체란 개념 역시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이분법 해체, 실체 폐기, 동등한 관계 맺음을 통해 신유물론이 이르고자 하는 지점은 ‘공생’이다. 지금처럼 자연 등을 짓밟고 올라선 삶은 결국 그 당사자도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신유물론은 공멸이 아닌 공생을 위한 하나의 실천인 것이다.5인의 철학자로 만나는 신유물론 입문서이 책은 대표적인 신유물론자 5인의 사상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신유물론에 입문시킨다. 특히 각 철학자의 핵심 개념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 라투르의 행위자 연결망 이론, 로지 브라이도티의 유목하는 주체ㆍ반재현주의ㆍ비판적 포스트휴먼, 제인 베넷의 생기적 유물론ㆍ사물-권력, 도나 해러웨이의 자연문화ㆍ반려종ㆍ사이보그ㆍ퇴비, 카렌 바라드의 행위적 실체론ㆍ내부-작용ㆍ행위적 절단ㆍ물질-담론적 실천ㆍ회절적 방법론 등이다. 어렵고 낯선 개념들이지만, 이 개념들이 지향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내용들이다. 인간뿐 아니라 인간 이외의 것들, 하다못해 핸드폰 같은 사물도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품고 있다는 것, 인간은 물질로서 다른 물질과 동등한 관계를 맺으며 새롭게 변화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것이 공생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목차서문1장. 물질에 대한 새로운 사유- 유물론과 신유물론- 무엇이 실재일까- 인식론이 보지 못한 것- 의인화는 왜 위험한가- 생동하는 물질- 기후위기가 말해 준 것2장. 신유물론자들-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3장. 왜 지금일까- 임박한 종말-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 이분법의 문제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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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동 일지] 나의 교생일지 by 정한영 

    철학과는 매년 교직을 이수할 1학년 신입생 두 명을 선정합니다. 교직 이수 후 4학년이 되면 교육 실습을 나가게 됩니다. "나의 교생일지"는 철학과 졸업생 정한영(18학번) 님의 교육 실습에 대한 일지입니다.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학과소식 게시판에 공개합니다.나의 교생일지 정한영(18학번) 교생은 무엇인가? 교생은 교육 실습생의 준말이며, 교생실습의 정식 명칭은 ‘학교현장실습’이다. 교생은 교직 필수과정으로 있어 교직 이수를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과정이다. 그렇다. 교생실습은 아직 대학교에서 학생으로 있는 사람이 교사자격 취득을 위해 학교의 현장에 가서 학교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학생들을 이해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수업을 실현하고, 교육공동체에 일원이 되어보는 일이다. 즉, 교생은 5월 한 달간 학생이면서 선생님이고 선생님이면서 학생인 사람이다.  모 교수님은 이러한 교생은 학교에 폭탄과도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하셨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기가 시작되고 어지러운 학교 분위기를 3월 4월에 걸쳐서 안정시켰는데 이를 부수는 존재가 등장하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면 아이들에 있어서는 교생은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이한 사람이다. 학교에 교생이 온다고 하면 어떤 과목으로 오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한다. 멘토 교사들은 업무가 추가되는 격이다. 왜냐하면 멘토 선생님은 교생을 지도하고 감독을 해야 한다. 멘토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면 교생이 오고 생활하기 전까지 학교생활에 열심히 임할지 아닐지는 알 수 없고, 교생이 왔다고 해도 그 교생 근무 태도가 좋지 않은 때도 있다고 한다. 교생의 성격은 시한폭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교육 실습의 목표 중 하나를 학교와 학생의 피해를 극소화하는 것, 즉 사고를 치지 않는 것으로 삼았었다. 교생을 가기 전에 해야 할 것이 많다. 교생으로 갈 학교를 지정하고, 사전교육들을 듣고, 교수님께 공결서도 제출한다. 그리고 강의에 따라서는 교수님 앞에서 몇 번이고 수업을 실연한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생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기에 바른 언행과 단정한 복장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언행이 평소에 올바른지에 대해 생각하며 내가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지, 매서운 말을 하지 않는지 고민을 해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 혹은 학교생활 중 혹여나 잘못된 언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교생을 위해 옷을 구매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상황에 따라 다르나, 집에 단정한 옷이 없을 시에는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의 정장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장만했다. 정상, 셔츠, 넥타이, 구두 등등을 구매하니 돈을 많이 썼지만 지금 생각하면 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생의 일정은 4주로 구성된다. 앞에 두 주는 수업 참관을 하고 뒤에 두 주는 수업을 실연하게 된다. 하지만 교생 첫 주는 중학교 학사 일정에 중간고사가 있어 시험을 감독하고 연구부장 선생님이 주신 과제를 하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있는 주에 나를 소개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업 분위기에 좋지 않아 나는 시험 감독 외에는 교무실에만 있어 학생들을 크게 만나지 못했다. 두 번째 주부터 수업을 참관하며 학생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나와서 나를 소개하기도 하고 쉬는 기간에 잠깐잠깐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주부터 내가 준비한 수업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함에 긴장을 많이 했다. 과연 내 수업을 즐거워할까? 내가 준비한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는가? 등 고민이 많아졌지만,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주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주에는 연구 수업이 있는 주다. 연구 수업은 간단하게 말하면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을 포함하여 다른 과목 선생님도 오시는 자리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평가 또한 받는다. 이 연구 수업은 교생 중 한 명은 꼭 하게 된다. 나는 혼자였기에 내가 연구 수업을 했다. 얼마나 긴장되냐면 남학생 한 명이 나에게 와 “많이 긴장되시죠?”라고 물어볼 정도이다. 멘토 선생님에 의하면 연구 수업이 교생의 꽃이라며 이것만 잘 넘기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교생을 하면서 가장에 기억에 남는 것은 학생들의 웃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곧장 잘 웃는다. 등교할 때도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오고, 수업 중에도 잘 웃는다. 물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제일 환하게 웃고, 하교할 때도 웃고 있다. 가끔 사고를 치고 있을 때도 웃고 있다. 수업 실연 당시 가르치는 단원이 행복에 관한 단원이었는데, 과연 행복을 가르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자신에게 반문할 정도로 잘 웃고 있다. 아이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웃음을 지어질 정도이다. 교생실습을 끝마치면서 아이들의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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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우주는 하늘을 품고 있다 by 이서형 (2023 문예작품공모전 수상작) 

    소설 "우주는 하늘을 품고 있다"는 철학과 3학년 이서형 님의 작품으로, 2023학년도 인문대학 학생 학술 문예 작품 공모전 소설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학과소식 게시판에 공개합니다. 우주는 하늘을 품고 있다 이서형 (철학과)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친구. 그렇게 함께한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 내가 어른이 되고 떠나가 버린 친구. 아마, 다시 볼 수 없는 친구…….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내 망상 때문에 만들어진 꿈같은 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작은 마을. 사람이라곤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켜온 어른들과 열 손가락에 다 들어오는 초등학생들뿐인 그런 마을. 끈적한 선크림이 바르기 싫어 엄마가 선크림을 찾으러 간 사이 친구들이 기다리는 냇가로 뛰어갔던 어느 여름날. 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지나고 있을 때. 그림자가 질 수 없는 바닥에 그림자가 생기고 있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에서는 빠른 속도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또래처럼 보이는 아이가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졌다. 옷만 조금 더러워지고 아무런 상처 하나 없는 아이.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문제가 없다는 듯 아이는 바닥에 손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놀라고 걱정되는 마음에 고개를 기우뚱, 하고 아이를 살펴보았다. 너무 멀쩡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눈을 한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이었다. “너 뭐야? 방금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어?” “……어?” “아니, 아까 하늘에서 슈우웅, 하고. 그리고 여기로 쿵! 하고 떨어졌잖아. 근데 다치지도 않았고! 마법이야? 아니면 초능력?” “……그런 거 몰라.” “에에엥? 내가 다 봤는데. 하늘에서 내 앞으로 떨어지는 거 다 봤는데!” 몇 번이나 아이에게 내가 봤던 상황을 설명해도, 아니 조금은 과장되게 이야기해도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도 잊어버리고 태양 빛 아래에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아이는 정말 모르는 건지, 자기가 왜 떨어졌는지도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이었다. “넌 어디서 왔어?” “저기서.” 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말. “그럼 어떻게 돌아갈 거야?” “나도 몰라. 근데,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참 이상한 아이다. 그대로 지나쳐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이 아이를 가만둘 수 없었다. 길 잃은 사람에게는 도움을 줘야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하늘! 얘는 참, 선크림 바르고 가라니까!” “끈적해서 싫단 말이야. 그리고 나 친구 데려왔어.” 그제야 엄마는 그 아이를 바라봤다. 눈살을 찌푸리며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듯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어디서 왔니?” “저기요.” 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똑같은 질문, 의미 모를 행동, 똑같은 반응이었다. “이름은?” “이름? 없는데요.” 아무래도 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 게 문제였을까? 엄마가 아빠를 부르고, 아이를 본 아빠는 몇몇 마을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의 이장님도 아이를 보기 위해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아이는 저기에서 왔다며 하늘을 가리킬 뿐이었고, 나도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어른들은 아마 누군가 이 마을에 아이를 버리고 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저녁까지 이어진 이야기가 끝나고, 결국 아이는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어른들이 뱉어낸 말들이 점차 언성을 높혀갈 때쯤, 내가 그러자고 했다. 아이는 하늘에서 떨어졌다니까. 누가 버리고 간 게 아니라고. 혹은, 하늘에서 버려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이제 나랑 같이 사는 거야. 그래서, 진짜 이름이 없어?” “……응. 없어.” “그러면 내가 지어줄게. 으음…… 우주!” “우주?” “네가 하늘에서 왔다고 그랬지만, 내 이름이 하늘이니까. 너는 우주야. 어때?” “……마음에 들어. 우주. 하늘.”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다. 다음 날 전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우주는 우리와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우주는 똑똑했다. 우리가 하나를 알 때 우주는 열을 알았다. 나도 열심히 하는데, 우주에게 지니까 괜히 분하기도 했다. 그래도 생활면에서는 우주는 완전 꽝이었다. 이불을 어떻게 개야 하는지도 모르고, 설거지도 못 하고. 간식은 내가 주지 않으면 먹지도 않았다. 늘 가만히 한 자리 앉아서 요지부동. 심지어 화장실도 허락받고 가야 하는 줄 알고 나한테 겨우 말해 데려다주기까지 했다니까. 공부만 잘한다고 다른 것도 잘하는 게 아니었다. “너 정말…… 그때 나 못 만났으면 어쩌려구 그래.” “어떻게든 지내지 않았을까…….” “허이고. 잘도 그런다.” “어차피 하늘, 너랑 다니니까 몰라도 괜찮아. 네가 그때마다 새로 알려줘.” 그런 바보 같은 소리를 들으면 누가 좋아할 줄 알고. ……조금 기뻤다. 우주가 나를 의지하고 있다는 거니까. 공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끼리 친하고,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해서 친구들끼리 서로 나눠주는 게 보기 좋고 그런 거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보고 커서 농부가 되라고 했으니까. 좋아하는 고구마랑 감자도 캐고, 무랑 배추도 뽑고. 혼자 하면 힘들 것 같다고 마냥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주도 있으니까. 둘이 하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 계획은 우주와 함께한 세 번째 여름이 지나갈 때 포기하게 되었다. 땅이 팔렸다. 재개발을 한다고 했다. 이미 2년 전부터 이야기가 오갔는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숨겨오고 있었다. 다 함께 같은 도시, 같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이랑은 헤어지게 되었다. “하늘이는 성격이 좋으니까, 분명 다른 학교에서도 친구들 많이 사귈 수 있을 거야.”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아직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싫은데…….” “당연하지. 그리고 하늘이 곁에는 우주가 있잖아. 처음 봤을 때보다 의젓해지고, 이젠 하늘이가 의지해도 되겠어.” 어른들의 말대로 우주는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졌다. 어른들은 나보다 우주를 더 찾아다녔다. 우주는 군말 없이 어른들의 뜻대로 짐을 옮기고, 밭을 갈았었다. 이제 그 모습도 더 이상 볼 수 없겠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 태어났을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나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이사하기 전날 밤. 짐은 이삿짐센터로 다 옮겨두어서 비어있는 방 안에 베개 두 개와 작은 이불만 깔고 누워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하늘. 괜찮아?” 어두운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곁에 있는 사람의 것.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엄마 아빠가 미리 말 안 해준 게 속상해서 그래. 미리 알았다면 친구들이랑 원 없이 더 놀았을 텐데.” “나도 그래.” “너도 속상해?” “응. 그래도 하늘, 네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금방 괜찮아져. 고마워.” 괜스레 등을 돌려 우주를 보지 않도록 했다. 다른 생활, 다른 학교. 엄마가 이곳으로 갈 거라며 보여준 사진은 너무 하얗고 깔끔해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할아버지와의 약속도 못 지키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슬퍼하실 텐데. 부모님끼리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친구들에게 꼭 연락하라며 당부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 때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새로운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헤어진 친구들에게선 연락이 오지 않았다. 걱정하던 것과 별개로 나름 잘 지낼 수 있었다. 고등학교는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서로 아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원래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에 떨어져서 왔거나, 혹은 고등학교와 거리가 가까운 다른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나는 우주와 함께 등교하고, 나란히 자리에 앉고, 하교할 때도 함께했다. 먼저 말을 거는 친구들이 많아 말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우주가 곁에 있다 보니 괜히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지는 않았지만. “너희는 성도 똑같고. 이름도 비슷하고. 형제인 거야? 쌍둥이?” “어…… 친구? 가족? 형제처럼 지내긴 했지. 근데 피도 안 이어져서. 친구야, 친구.” “집에서 매일 친구랑 지내는 기분이겠네. 부럽다. 나도 친구랑 같이 살고 싶어…….” “하루 정도는 엄마 아빠 허락받고 재워줄게. 다음에 놀러 와.” 우주는 학교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할 때나, 친구들이 주위에서 말을 걸 때도 최소한의 대답만 했다. 하루는 의문이 들어 하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어봤다. 집에서는 나랑 잘 놀아주고, 나한테 먼저 다가와서 말도 많이 걸어주고 했는데. “너, 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조용해?” “그래?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문제는 없지만…… 나랑 같이 있어서 친구 못 사귀는 건가 싶었거든.” “그건 아니야. 이게 편해서 그래.” 그러고 보면 처음부터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를 많이 안 했던 것 같지.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 오리가 이런 느낌일까? 알에서 태어나 가장 처음 본 사람을 부모라고 인식하는, 그런 거. 역시 아직은 내가 의지 받는 쪽이다. 아파트 입구. 들어가기 전 우주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한테 말했다. “하늘. 너는 어른이 되면 어쩔 거야?”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문제. 3년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금방 지나갈 테고, 다른 경우가 아닌 이상 모든 고등학생은 어른이 될 때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내키지는 않았다. “뭐…… 수능 전으로 하고 싶은 걸 찾지 않을까? 아직은 못 정했는데.” “그때도 나랑 있을 거야?” “당연하지. 네가 내 대학교 따라올 거 아니었어?” 성적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다. 우주는 배우는 것 하나는 잘했으니까. “나도 그러고 싶어.” “뭐야. 나 몰래 다른 대학 넣을 거야?” “아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무슨 시간?” “비밀이야.” 나와 지내는 우주는 부쩍 비밀이 많아졌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내뱉고 웃으며, 가끔은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비밀을 만들어 갔다. 시간은 무슨 시간.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이겠지. 하지만 정말로……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지. 마을 친구들과 헤어지고 내 곁에 함께 있는 건 우주밖에 없는데. 난 우주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최근에 어머니가 말해주셨는데, 수아한테 연락이 왔대.” “진짜? 뭐래, 잘 지내고 있대?” “처음 적응하는 건 어려웠는데, 지금은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러 다니고, 노래방도 가고 그런다더라. 다들 잘살고 있나 봐.” “놀러 다닌다고 바쁜가 보네. 그래서 연락도 안 해주는 건가……. 나중에 엄마한테 친구들 연락처 다 받아야겠다. 내가 먼저 해야겠어.” 생각해 보면 나도 연락을 먼저 안 하긴 했다. 적응은 물론이고, 우주랑 지내는 시간이 너무 익숙해져 종종 마을에서 지냈던 일들을 까먹기도 했으니까. 그렇다고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른이 되면 다 같이 모이자고 할까. 지금은 수아도, 나도, 현재에 더 익숙해진 것 같아서. 어른이 되면 몇 날 며칠 술 마시고 떠들면서 과거에 놀았던 일들, 학교나 친구들은 어땠고, 연애 생활은 어떤지. 그런 거 물어보면서.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나란히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우주는 여전히 나보다 큰 키, 노안이란 뜻은 아니지만, 어른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넌 이미 어른일지도 모르겠다. “너도 옛날 생각 많이 나지?” “당연하지. 하늘,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기억하는걸.”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부터?” “음…….” 거짓말 못 해. 어릴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게 맞는 것 같다. 그때 내 눈앞으로 사람이 떨어진 경험은 아무리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지. 본인은 아니라며 부정하고 피하고 있지만, 언젠가 저 이야기를 꼭 듣고 말 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집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늦게 오는 날. 저녁을 간단하게 만들어 먹고 방으로 들어가 각자 할 일을 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었고 우주는 그 옆에 누워 내가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게 각자가 할 일이었다. 한 학년이 올라갔다. 2학년. 이제는 정말 대학교에 가기 위해 제대로 생각해야 할 때. 선택과목은 1학년 때 성적이 잘 나왔던 거로. 우주도 나를 따라 과목을 선택했다. 여전히 같은 반. 떨어질 이유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분명 노력하는데도 나날이 떨어져 가는 성적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어디가 목표라고, 계획을 다 짜두었다며 쉬는 시간만 되면 이야기했다. 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 2학년 때가 가장 놀 수 있는 시기라고 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집에 있으면 괜히 같은 방을 쓰는 우주가 거슬린다는 이유로 스터디카페에 가기 시작했다. 우주도 함께 가고 싶다고 했지만, 알고 있었으니까. 우주는 나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까. 필시 정말로 하늘에서, 혹은 우주에서 왔을 우주니까. 괜히 눈앞에 있으면 거슬린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 혼자 다니고 싶다고 얘기했고, 우주는 이해해 주었다. 물론 성적은 여전히 그대로. 모의고사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며 내신을 챙기고 어느 대학교 무슨 과를 갈 건지 정하고, 거기에 장래희망과 지망하는 대학교에서 보는 것이 내신, 수능 성적, 면접, 논술 중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한 상담까지……. 물론 난 시간 낭비나 비슷했다. 처음 진로 조사를 했을 때 농부라고 적었다가 바로 까여버려서. 적당히 지방국립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서 공무원이 되는 게 가장 평범한 경로였다. 그래서 그걸 선택했다. 내 의지는 아니었지만. 여름방학. 방학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시간이었다. 대부분 학교에 나가서 보충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 방학은 정말 빨리 흘렀고. 그리고 보충수업이 없고, 2학기가 되기까지 단 일주일 남은 시간에. 집에서 공부하던 내게 우주가 말했다. “하늘. 산에 가지 않을래?” 뜨거운 태양 빛이 내리쬐는 산속. 그 계곡 근처에 펜션을 잡았다. 그 앞에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봤다. 충동적으로 승낙한 일이다. 아직 더 공부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는데. 엄마와 아빠의 허락하에 단둘이 계곡으로 왔다. 괜찮은 건가 싶지만. 오랜만에 갑갑한 도시에서 벗어나 맡는 푸른 녹음 냄새. 물이 근처에 있으니 더운 것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이런 게 좋았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저녁은 고기 구워 먹자.” “좋아. 바비큐 파티하기 딱 좋은 분위기인데.” “……필요해?” “……아니. 기대 안 해.” 그래도 내 말을 신경 쓰는 우주였기에, 결국 내가 나섰다. 저녁의 바비큐 파티는 우리가 가져온 고기와 식자재들을 다른 집에 건네주어 함께 해도 되겠냐 물어보고, 허락을 해주셔서 그 집의 사람들과 함께 파티를 즐겼다. 오랜만에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가 아닌 어른들과 대화도 해보고, 나보다 어린 동생의 앞접시에 음식도 덜어주면서. 뒷정리도 도와드리고, 간식까지 먹고 가라고 하셨지만 그렇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금방 돌아갔다. 산속에서 보는 별은 정말 예뻤다. 마을에서도 밤이면 이런 별을 볼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별을 볼 수 없었고, 하늘을 볼 시간도 없었다. 나는 얼마나 고개를 숙이고 살아왔던 걸까. “지구에서 우주를 볼 때 저렇게 별들이 작게 보이는데, 우주에서 지구를 봐도 비슷하겠지?” “그렇겠지.” “괜히 인간이 우주의 먼지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구나.” “하지만…… 작게 보인다고 정말 작은 게 아니니까.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사람 하나하나가 별 같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펜션의 옥상. 그 위에 있는 평상에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복잡하던 일상에 여유가 찾아올 때. 일상의 여유는 다시 복잡한 생각으로 이어져 버렸다. “그냥…… 마을에서 살고 싶었어. 그대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고 싶었어. 다른 친구들이랑 헤어지기도 싫었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그냥 좁은 세상에서만 살고 싶어서. 그래서 외면하고 있었어. 전부……. 어른이 되기 싫어…… 더 이상 무언가에 쫓기며 살고 싶지 않아…….” 차오르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릴 때. 몸을 돌려버렸다. 하늘을 볼 수 없었다. 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 곁에 있는 우주는 조용했다. 흐느끼는 등에 무언가 맞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우주가 나를 끌어 자기 이마를 내 등에 조용히 가져다 대었다. 몸 위로 두른 팔과 등 뒤로 느껴지는 존재. 덥고, 습하고. 땀에 젖어 닿는 것만으로도 끈적하고 불쾌한 감각이 드는 어느 여름날. 나는 그 여름을 잊지 못한다. “꼭, 남들과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어. 하늘, 넌 지금 남들을 따라가다 길을 잃은 것뿐이야. 그래도 괜찮아. 그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네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조금 방황하는 것뿐이라고. 한평생 나를 따라온 네가 이야기한다. 잔잔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눈이 감겼다. “……얼마 남지 않았어.” 깨어났을 때는 펜션 안이었다. 우주는 짐을 싸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깜빡 잠들었던 걸까. 우주를 따라 짐을 정리하고, 여름방학이 끝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겨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이제는 정말 선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내 장래희망과 지망 대학, 학과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째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그 이후는 평범한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또 공부하고 잠을 잤다. 학교와 집만 오가는 하루. 여전히 드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었다. 우주는 조용히 내 곁을 지키며 밥이나 간식을 챙겨주었고, 깜빡 잠이 들 때면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시간은 금세 흘러 수능 날. 어떤 생각을 하며 그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났을 때는 그저 이것을 위해 쫓기듯 달려온 내가 한심하게,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마트폰을 받고 교문을 나서니 엄마와 아빠가 날 반겨주었고, 그 옆에는 먼저 나온 우주도 있었다. “수고 많았어.” “너도.” 차를 타고 외식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 우주보다 먼저 씻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걸려 오는 전화 한 통. 발신인은 수아였다. 기쁜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뭐야. 이제 수능 끝나고 여유도 있겠다, 그런 거야?” “당연하지! 수능 끝났으면 어른이야, 어른. 다 같이 모여야 하지 않겠어?” “그건 맞지. 다른 친구들은?” 이미 전화를 다 한 번씩 돌리고 있고, 곧 단체 채팅방도 만들 예정이라고 수아는 말했다. 약속을 잡을 때면 모두 수아의 주도하에 이루어졌지. 그때 냇가로 모이라는 약속도 그랬고. “우주도 잘 지내고 있어. 걔 공부 엄청나게 잘했잖아. 나랑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우주를 이길 수가 없었다니까.” “……응?” “여보세요?” “아, 미안. 그…… 우주라는 애가 우리 마을에 있었나? 기억이 안 나네. 내가 기억 못할 리가 없는데.”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이라는 게 이런 걸까? 때마침 씻고 나온 우주가 방으로 들어왔다. 전화하는 나를 보고선 거실로 나갈까, 입 모양으로 물었지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내가 계속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한 애 있잖아. 우리 같이 지냈는데.” 애초부터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의문이 아니었던 거다. 화면에서 스피커폰을 눌러 외부로 소리가 들리게 했다. 우주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우주가 누구냐니까? 다른 애들도, 우리 엄마도 모르겠다는데?” 우주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게 네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었을까. “……미안, 내가 착각했나 보다. 끊을게.” “뭐? 잠깐……” 뚝. 스마트폰의 화면을 껐다. 우주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올 생각도 못 하는 듯, 머리에선 물기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의미야, 이거?” “……뭐가?” 왜 다른 친구들이 너를 모르는 거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내가 말하면 어떤 의미로든 의문이 해결될 것 같아서, 정말로 인정하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말…… 안 해줄 거야?” “……나중에 답해도 될까.” “……그래, 그럼.” 하늘에서 떨어진, 혹은 정말로 우주에서 온…… 그런 존재인 걸까. 네가 말한 시간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대학에 합격했다. 학교는 방학 동안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했기에, 우리는 조금 이른 12월 말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12월 31일. 추운 겨울.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도로 위의 자동차나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행하지 못할 때. 사람이 북적거리는 겨울밤의 도시를 무작정 함께 걸어 다니다 시끄러운 도시를 벗어났을 때. 저 멀리에서 타종 행사의 예정을 알릴 때. “이제는 말해줄 마음이 생겼어?” “응.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을 테니까.” 우주가 어떤 말을 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찬 바람이 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주는 넓고, 네가, 그리고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항상 생기는 곳이야. 내가 원래 머물던 곳은 이곳보다 더 이상한 곳이었어. 그리고 나는 그 우주 속에서 내가 머물 수 있는 새로운 별을 찾고 싶었어. 그래서 난, 너라는 별을 찾아온 거야.” 우주에서 보는 지구의 사람 하나하나가 별 같을 거다. 네가 했던 이야기. “……내 새로운 별은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았지. 그리고 언제나 노력하는 별이었어. 방황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너는 꿋꿋하게 길을 찾아냈어. 모를 수도 있지만, 난 알아. 넌 내가 점찍어 둔 별이니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시계는 11시 58분. 곧 종이 칠 시간이다. 새해가 시작될 거고, 나는 어른이 된다. 어떻게 단 1초 차이로 아이와 어른을 구분할 수 있는 걸까. “별이 다 크면 떠나야 해. 그게 우주의 법이야. 이후의 일은 내가 지켜볼 수 없어.” 함께하는 거, 정말 즐거웠는데. “난 우주가 아니야. 우주는 나보다 더 큰 존재들이지. 내 진짜 이름은……” 그 아이가 이름을 알려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인정했다. 너는 정말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구나. 잡음이 낀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말. 단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뱉어낸다. 그래. 그게 네 이름이구나. 내가 듣지 못하는…… 네 진짜 이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난 네가 없으면…… “걱정하지 마. 난 언제나 곁에 있을 거야. 우주는, 하늘을 품고 있으니까.” 12시, 정각. 종이 울린다. 한 번, 시계의 초침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질 때 이미 너는 내 앞에 없었다. 두 번, 찬 바람이 분다.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린다. 세 번, 하늘에선 눈이 떨어진다. 내 눈에서 물이 떨어진다. 네 번, 그대로 서른세 번째, 마지막 종이 칠 때까지 종소리에 내 눈물을 묻었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친구. 그렇게 함께한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 내가 어른이 되고 떠나가 버린 친구. 아마, 다시 볼 수 없는 친구…….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는 내 망상 때문에 만들어진 꿈같은 아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헤어지는 건 싫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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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과 개강총회 2024 

    3월 7일(목) 2024학년도 철학과 개강총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철학과 새내기 및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개강총회에서는 1학기 행사와 학생회비, 1학년 과 대표와 부대표 투표, 집부 소개 등 각종 안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217호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총회가 447호로 변경되어 진행되었으며, 길 찾기가 어려우신 분들을 위해 집행부 인원이 통솔 및 안내도 실시하였습니다. 앞으로 있을 다양한 행사에도 많은 학우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개강총회 목차집행부 소개, 모집- 총무부, 기획부, 편집부 각 부원 1~2명1학년 부/과대- 1학년을 대표하며 철학과 학생회의 일을 보조할 과 부/대표 투표1학기 행사 소개예산안 공지공지- 사물함 배정- 건의, 질문 방법- 학생회비 재공지- 과 동아리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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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술트랙 오리엔테이션 개최 2024 

    2024년 3월 13일(수) 인문대학 102동 217호 강의실에서 철학과 신입생 및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2024학년도 논술트랙 오리엔테이션이 개최되었습니다. 철학과 논술교육 전문인력양성 트랙제 교육과정 및 고전스터디 운영 안내가 진행되었습니다. 논술트랙은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3월 18일(월) 17시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다.2024학년도 1학기 스터디 운영 현황차봉석 - 칸트, 『순서이성 비판』정동욱 – 팀 베인, 『생각』 또는 대니얼 데닛, 『마음의 진화』 중 택1김형석 – 『맹자』 스터디추군식 – 칸트, 『판단력 비판』이영진 – '고전 산스크리트 문법(초급)' 강좌/ 교재 『산스크리트 입문』류재한 – 푸코, 『광기의 역사』 3부김남중 – 윌리엄 닐, 『논리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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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학년도 예비 대학 개최 

    3월 1일(금) ~ 3월 2일(토) 양일간 진양호에서 2024학년도 철학과 신입생을 대상으로 예비 대학이 진행되었습니다. 예비 대학은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만큼, 다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신입생도 앞으로 있을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마음으로 앞날에 행복만 가득해지시길 기원합니다.주요 활동 내역 학생회 소개 및 신입생 소개 레크레이션(마이쮸 게임, 철학과 관련 O/X퀴즈, 철학자 초성퀴즈, 대장금 게임, 훈민정음, 보물찾기 등) 저녁 식사(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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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학년도 전기(2024.2월) 학위수여식 개최 

    2023학년도 전기(2024.2월) 학위수여식 소식 알려드립니다.2023학년도 전기에는 15명의 학생이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설렘으로 사회에서도 한 걸음씩 멋진 걸음을 내딛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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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학년도 비판적사고 워크숍 개최 

    철학과에서는  교양 교과목의 개선을 위해 매년 비판적사고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습니다.올해도 철학과 교·강사선생님들이 모여 비판적사고 교과목 및 철학 교과에 대한 논의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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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학년도 철학과 IDEA 학생회 소개 

    2024학년도 철학과 학생회 IDEA를 소개합니다 ! 재학생들의 즐거운 대학 생활을 위해 노력할 학생회를 위해 많은 참여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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